세무조사 통지서에 적힌 조사대상 기간이 10년인 경우가 있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2026년 7월 16일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에서는, 국세청이 10년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7년만 인정하면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일부가 취소됐습니다. 국세청이 대부분의 쟁점에서 이긴 사건인데도 이 부분에서는 물러선 것입니다.
부과제척기간이란 무엇인가요
부과제척기간은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세금을 매길 권한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세금을 덜 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과세할 수 없게 됩니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2가 이를 정하고 있고, 상속세와 증여세를 제외한 일반 국세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 구분 | 기간 |
|---|---|
| 원칙 | 5년 |
| 법정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경우 | 7년 |
|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포탈한 경우 | 10년 |
여기서 5년과 7년의 차이는 신고를 했느냐로 비교적 쉽게 갈립니다. 문제는 7년과 10년 사이죠. 10년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세금을 덜 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정한 행위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그 경계가 실무에서 늘 다툼이 됩니다.
어떤 사건이었나요
의료법인이 충남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자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2008년 6월에 병원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받은 뒤, 본인이 이사장을 맡거나 처남을 이사장 자리에 앉히는 방식으로 9년 넘게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했습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열 수 있는 자격을 의사나 의료법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자격 없는 사람이 의료인 명의나 법인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흔히 사무장병원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이 바로 그 구조였습니다. 병원은 의사를 고용해 환자를 진료했고, 그 대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8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113회에 걸쳐 요양급여비 136억 5,022만원을 받았습니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에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했고, 국세청은 2021년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부가가치세만 32억 9,223만원 규모였습니다.
무자격자가 연 병원의 진료도 면세일까요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항 제5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호가 그 근거입니다. 병원비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 이유죠.
다만 시행령 조문은 면세 대상을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또는 간호사가 제공하는 용역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것은 2019년 2월 개정 전 조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문언을 두고, 면세되는 의료보건 용역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공급의 주체가 되어 의료법 규정에 따라 제공하는 용역을 뜻한다고 봤습니다. 2013년 판결(2011두5834)에서 이미 세워둔 법리를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의료용역은 면세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환자를 본 것은 고용된 의사지만, 그 용역의 공급 주체는 병원을 지배한 사람이라고 본 것이죠.
공단에 토해낸 돈도 매출로 남나요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에 법인에 174억 1,580만원, 실제 운영자에게 97억 7,989만원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했습니다. 2024년에 내부 기준이 바뀌면서 법인 몫은 66억 5,215만원으로 감액됐습니다. 원고는 어차피 공단에 반환해야 할 돈이니 그만큼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받았다가 도로 뱉어내는 돈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온당하냐는 문제 제기니까요.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 없고, 징수금을 실제로 납부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못박았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의료용역을 공급한 거래가 끝난 뒤에 별도로 이루어지는 제재이고, 공단의 재량으로 금액이 정해집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174억이 66억으로 줄었죠. 그런 처분이나 그에 따른 납부가 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용역 공급 거래가 소급해서 없어지거나 공급가액이 깎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행정적 제재와 조세 부과를 서로 다른 층위로 정리한 판시입니다.
실제 운영자가 따로 있으면 법인은 빠지나요
원고는 실질과세 원칙도 들고 나왔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이름만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소득이 귀속되는 사람을 납세의무자로 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실제로 지배하고 수익을 가져간 것은 그 사람이니 법인이 아니라 그를 납세의무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선을 그었습니다. 실질과세가 적용되려면 명의자가 재산을 지배하고 관리할 능력이 없고, 별도의 지배자가 명의자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그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 회피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사정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자가 오랜 기간 법인의 운영수익을 부당하게 빼갔다는 사정만으로는 과세대상이 그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빼간 것과 소득이 처음부터 그에게 귀속된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부가가치세 일부는 취소됐을까요
여기까지는 국세청이 이겼습니다. 뒤집힌 것은 부과제척기간입니다. 국세청은 10년을 주장했습니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꾸며 면세를 적용받았으니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대법원이 든 기준은 이렇습니다. 10년이 적용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지는 문장이 결정적입니다.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013년 판결(2013두7667)에서 나온 법리입니다.
이 기준을 대입하면, 원고는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의료용역을 공급한 것처럼 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고, 면세를 받아내려고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10년이 아니라 무신고에 적용되는 7년이 적용됐고, 7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취소됐습니다. 이 부분은 국세청이 상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 근거 -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4조 제1항.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항 제5호,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호(2019.2.12. 개정 전). 의료법 제33조 제2항
- 선고 -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두30111 판결(원심 대전고등법원 2025. 12. 9. 선고 2024누12151 판결)
- 면세 여부 - 면세되는 의료보건 용역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공급의 주체가 되어 제공하는 용역. 무자격자가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용역은 면세 대상 아님(2011두5834 참조)
- 환수와 과세표준 - 부당이득징수처분이 있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표준에서 제외 불가. 징수금을 실제 납부해도 같음. 거래 이후의 별도 제재이므로 공급가액이 소급 감축되지 않음
- 실질과세 - 운영수익을 부당 유출한 사정만으로는 과세대상이 실제 운영자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없음(2008두8499 전합 참조)
- 제척기간 - 단순 무신고나 허위신고에 그치면 부정한 행위 아님. 장부 조작 등 적극적 행위가 없어 10년이 아닌 7년 적용, 초과 부분 취소(2013두7667 참조)
이 판결이 일반 사업자에게 남기는 것은
사무장병원은 대부분의 사업자와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척기간 판시는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 상황 | 적용되는 기간 |
|---|---|
| 신고했으나 일부를 빠뜨린 경우 | 5년 |
| 아예 신고하지 않은 경우 | 7년 |
| 무신고나 과소신고에 더해 장부 조작, 이중장부, 거짓 증빙 같은 적극적 행위가 있는 경우 | 10년 |
주목할 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9년 넘게 부가가치세를 한 번도 신고하지 않았고 그 배경에 의료법 위반이 있었는데도 10년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위법한 방법으로 사업을 했다는 사실과 세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포탈했다는 사실이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10년을 적용하려면 과세관청이 조세포탈을 위한 적극적 행위를 따로 짚어내야 합니다. 물론 반대로 읽으면 경계가 분명해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장부를 두 벌로 만들거나 실제와 다른 증빙을 만들어 끼워 넣은 사정이 확인되면 그때는 10년이 적용됩니다. 이 판결이 열어준 것은 그 경계선이지 무신고 자체에 대한 면죄부는 아닙니다.
정리하면
이 판결은 국세청이 큰 틀에서 이긴 사건입니다. 면세도 부정됐고, 환수당한 금액을 빼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실질과세로 빠져나가려는 시도도 막혔습니다. 그럼에도 제척기간 하나에서 갈렸다는 점이 이 판결을 읽을 만하게 만듭니다. 세법에서 10년이라는 숫자는 그냥 붙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별도의 관문을 통과해야 붙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