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유모차와 작아진 아이 옷을 당근에 팔았다면, 세금은 없습니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것은 소득이 아니라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사하면서 가전 수십 개를 한꺼번에 올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2024년, 중고거래를 하다가 종합소득세 안내문을 받은 사람이 525명 있습니다. 오늘은 이 차이가 어디서 갈리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국세청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2023년 7월부터 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은 거래 자료를 분기마다 국세청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 자료가 쌓인 2024년 5월, 거래 규모가 큰 525명에게 처음으로 종합소득세 안내문이 나갔습니다. 이 중 379명이 실제로 신고했고, 1인 평균 신고 매출은 약 4,700만원이었습니다. 판매 건수, 금액, 반복 패턴까지 국세청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세청은 모르겠지"라는 전제는 2023년 7월 이후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선은 하나입니다. 정리냐, 장사냐
세금이 붙는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팔려고 사 온 물건을 반복해서 파는 것, 콘서트 티켓이나 한정판 신발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 도매로 떼 와서 중고인 척 파는 것. 이것은 중고거래가 아니라 장사입니다. 반복과 이윤 목적, 이 둘이 만나면 사업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정판 운동화를 사 모아 정가의 10배가 넘는 웃돈으로 되팔던 사람이 사업자 등록도 세금 신고도 없이 장사를 하다가 가산세까지 얹어 추징된 사례를 국세청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내가 쓰던 물건을 파는 것은 아무리 팔아도 괜찮습니다. 이사하면서 수십 개를 한 번에 올려도, 몇 년에 걸쳐 아이 물건을 꾸준히 정리해도, "내가 쓰려고 샀던 것"이면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세무사인 저도 아이 물건은 당근으로 정리합니다.
"연 50회, 4,800만원 넘으면 과세된다"는 말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많이 도는 숫자인데, 세법에 이런 과세 기준은 없습니다. 두 숫자의 출처는 따로 있습니다. 50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의 통신판매업 신고 면제 기준(직전 연도 거래횟수 50회 미만)이고, 4,800만원은 부가가치세법 제69조의 간이과세자 납부의무 면제 기준입니다. 중고거래에 세금이 붙는 문턱이 아니라, 전혀 다른 용도의 조문 두 개가 와전된 셈입니다. 국세청도 언론 질의에 "개인 과세 기준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답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 통신판매업 신고 면제 기준(직전 연도 거래횟수 50회 미만)
- 부가가치세법 제69조 - 간이과세자 납부의무 면제 기준(4,800만원)
- → 둘 다 중고거래 개인 과세 기준이 아님(국세청 언론 질의 공식 답변)
그리고 사업성이 인정될 때 정말 문제가 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가 아니라 종합소득세입니다. 부가가치세는 규모가 작으면 간이과세와 납부의무 면제로 실제 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종합소득세에는 그런 면제 금액이 없습니다. 되팔이 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누진세율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10번을 팔아도 되팔이 패턴이면 문제가 되고, 100번을 팔아도 살림 정리면 괜찮습니다. 세법이 보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패턴입니다.
오늘의 결론
당근은 죄가 없습니다. "팔려고 샀느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정리는 자유, 장사는 신고. 이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