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1기 확정신고 마감이 다가오면 매입세액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솔깃한 제안이 돕니다. "세금계산서 필요하시면 저희가 끊어드릴게요, 수수료만 조금 주시면 됩니다." 매입이 모자라 부가세가 많이 나올 상황이면 이 말이 구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세가 아니라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곧장 이어지는 형사 문제입니다.
대신 끊어주는 세금계산서는 왜 범죄가 될까요
핵심은 실물거래가 있었는지입니다. 실제로 물건을 사거나 용역을 받은 적이 없는데 세금계산서만 오간다면, 발행 형식이 아무리 정상이어도 가공(架空) 세금계산서입니다.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수취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한 세액의 3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발급한 쪽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받아서 매입세액 공제에 쓴 쪽도 똑같이 처벌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나는 사서 쓴 것뿐"이라는 항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실형입니다
건수가 반복되고 금액이 커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의2가 적용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실물 없는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공급가액 합계가 30억원 이상이면 1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세액의 여러 배에 달하는 벌금이 병과됩니다.
-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 - 재화·용역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자: 3년 이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액의 3배 이하 벌금
-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의2 - 영리 목적으로 위 죄를 범하고 공급가액 합계가 30억원 이상이면 1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 + 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벌금 병과
실제 판결을 보겠습니다. 폐구리 거래에서 실물 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사건에서, 매입·매출 합계 약 512억원 규모의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과 벌금 52억원이 선고됐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노3451). 수수료 몇 푼을 아끼려다 벌금만 수십억원이 나온 셈입니다.
자료상이 되면 세무조사 대상이 됩니다
대가를 받고 이런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를 반복적으로 업(業)처럼 하는 사람을 실무에서 자료상이라고 부릅니다. 국세청은 자료상과 그 거래처를 별도로 추적·관리하며, 한 곳이 적발되면 그와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거래처 전부가 연쇄적으로 조사 대상에 오릅니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순간 몇 년 치 거래가 통째로 들여다보이는 구조입니다.
부담이 크다면 자료가 아니라 공제를 챙기세요
부가세 부담이 크게 나올 것 같아 걱정된다면, 자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반영하지 못한 실제 매입이 없는지부터 점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놓친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매입, 의제매입세액공제 같은 합법적인 공제 항목만 제대로 챙겨도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신고를 앞두고 매입세액 처리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세무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