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셀러 파이낸싱이라는 매매 방식이 부쩍 화제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구조는 단순합니다. 매수인이 은행 대출 대신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나눠 갚기로 하고, 매도인은 그 채권을 담보하려고 판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는 방식이죠. 매도인이 사실상 은행 역할을 대신하는 셈입니다.
목돈이나 대출 한도가 부족한 매수인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고, 매도인은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이자수익까지 얻습니다. 얼핏 서로 좋아 보이지만, 세금은 가족(특수관계인) 간이냐 남남(제3자) 간이냐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가족끼리 하면 세금이 어떻게 될까요
가족 간에는 무이자나 저리로 나눠 받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증여세가 숨어 있습니다. 대금을 적정이자(현재 연 4.6%)보다 낮게 받으면, 그 차액만큼을 매수인이 이익을 본 것으로 보아 증여로 과세합니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아파트를 부모가 자녀에게 팔면서 5억은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5억을 무이자로 5년간 나눠 받는다고 해보겠습니다. 무이자 증여이익은 5억에 4.6%를 곱한 연 2,300만 원입니다. 연간 이익이 1천만 원을 넘으므로 과세 대상이 됩니다. 무이자로 넘어가도 문제가 없는 한도는 원금 약 2억 1,700만 원까지죠. 그 이상을 무이자로 넘기면 매년 이자차액이 증여로 쌓입니다.
- 제41조의4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적정이자율(연 4.6%)보다 낮게 빌리면 그 차액을 증여로 봄
- 연간 이익 1천만 원 미만이면 과세 제외 (무이자 기준 원금 약 2.17억까지)
가족 간에 특히 조심할 것, 차용증이 진정하지 않으면 전액 증여입니다
가족 간 금전거래는 세법상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합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넘기면, 대가를 실제로 주고받은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매매가 아니라 증여로 보는 것이죠.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합니다. 차용증을 썼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차용증이 형식만 갖췄을 뿐 실제 대여로서 진정성이 없으면 세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문제는 앞서 본 이자차액(연 2,300만 원)이 아닙니다. 빌려준 원금 5억 전체가 증여로 추정되어 훨씬 큰 증여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진정한 대여로 인정받으려면 차용증에 이자율과 변제기를 구체적으로 적고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약정한 이자를 실제로 계좌이체로 정기 지급하고, 원금도 약정대로 상환한 흐름이 계좌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매수인에게 그 돈을 갚을 소득과 능력이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친 상환 실적으로 진정성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 상증법 제44조 (배우자 등에게 양도한 재산의 증여 추정): 가족 간 양도는 대가 지급이 입증되지 않으면 증여로 추정
- 상증법 제45조 (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면 증여로 추정
남남끼리 하면 다른가요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 간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정상적인 협상으로 이자를 약정하면 증여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매도인의 이자소득이 핵심이 되죠. 같은 조건에서 남남끼리 연 5% 이자를 정했다면, 매도인이 받는 이자는 5억에 5%를 곱한 연 2,500만 원입니다. 이 이자는 개인 간 대여이익(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원천징수(지방세 포함 27.5%) 대상이자 종합과세 대상입니다. 매수인은 정상 이자를 냈으므로 증여 문제는 없습니다.
참고로 제3자 간에 무이자로 하더라도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유는 매수인이 입증해야 하므로, 계약서에 조건을 명확히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자소득, 고소득 매도인은 세율까지 따져야 합니다
매도인이 받는 이자는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되는 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죠. 이미 사업소득 등으로 소득이 높은 매도인이라면, 이 이자소득이 높은 세율 구간에 얹혀 최고 45%(지방세 포함 49.5%)까지 과세될 수 있습니다.
받은 이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셀러 파이낸싱은 당장 자금이 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는 매도인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자 부담까지 감안하고 선택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이자수익 자체를 노리고 접근한다면 종합과세로 세율이 뛰는 만큼 실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죠.
매도인의 양도세는 언제 나오나요
가족이든 남남이든 공통으로 조심할 부분입니다. 양도세의 양도시기는 원칙적으로 대금을 모두 받은 날이지만, 셀러 파이낸싱은 대개 잔금을 다 받기 전에 등기를 먼저 넘겨줍니다. 이 경우 양도시기는 등기접수일이 됩니다.
즉 대금은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는데, 양도세는 등기 시점에 매매가 전액(위 예시 10억) 기준으로 한 번에 계산됩니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5억에 대한 세금까지 먼저 내야 하는 구조라, 자금 계획이 없으면 곤란해집니다. 분할 요건(2회 이상, 1년 이상)을 갖추면 장기할부조건 특례가 있지만 목돈 세금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의 취득세도 대금을 나눠 내더라도 취득 시점에 매매가 전액 기준으로 낸다는 점을 함께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 소득세법 시행령 제162조: 양도시기는 대금청산일이 원칙이나, 청산 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 등기접수일이 양도시기
- 취득세는 취득 시점(잔금 또는 등기)에 과세표준 전액 기준으로 과세
정리하면
셀러 파이낸싱은 목돈 없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매도인은 돈보다 세금을 먼저 부담하고 가족 간에는 증여세가 숨어 있는 구조입니다. 계약서에 이자율과 상환 조건을 명확히 적고 실제 대금 흐름을 계좌에 남겨 두는 것이 분쟁과 세무조사를 막는 핵심입니다. 금액과 조건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지므로, 실행 전에 세무사와 시뮬레이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