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축의금 봉투를 세어보는 밤. "이거 우리 신혼집에 보태자." 잠깐만요. 그 전에 딱 하나만 확인하고 가시죠. 그 축의금, 누구 돈일까요.
축의금 자체엔 세금이 없습니다
먼저 안심부터 하시죠. 축의금은 우리 사회의 오랜 품앗이입니다. 통상적인 수준의 축하금에 나라가 세금을 매기지는 않습니다. 부의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얘기이고, 문제는 다음입니다.
핵심은 "하객이 누구 보고 왔느냐"
축의금 명부를 펼쳐보시죠. 아버지 거래처 사장님, 어머니 계모임 친구들, 아버지 고향 친구들. 이분들은 신랑신부 얼굴도 모릅니다. 부모님 보고 온 손님입니다.
그래서 법원도 이렇게 봅니다. 부모님 손님이 낸 축의금은 부모님 돈, 신랑신부 친구가 낸 축의금은 본인 돈. 결혼식만 같이 했을 뿐, 봉투마다 주인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축의금 총 5,000만원 중 내 친구들 몫은 800만원, 나머지 4,200만원은 부모님 손님 몫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4,200만원을 그대로 신혼집 전세금에 보태면 부모님 돈이 나한테 넘어온 것입니다. 형식은 축의금이지만, 내용은 부모님의 증여가 될 수 있습니다. "축의금인데요?"라고 해도 세무서는 명부를 봅니다.
그래도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반전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돈은 기본 5,000만원까지 세금이 없고, 혼인 전후에는 1억원이 추가로 공제될 수 있습니다. 합치면 1억 5,000만원입니다. 웬만한 축의금 규모는 이 안에서 다 정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포인트는 "축의금을 쓰지 마라"가 아니라 "공제 안에서 정리하고, 기록을 남겨라"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두 가지만 챙기세요
첫째, 축의금 명부는 버리지 말고 구분까지 해두세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돈에 "내 축의금 1억이 포함돼 있다"고 방명록 372명을 통째로 제출한 분이 있었는데,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방명록 어디에도 "누가 내 손님인지"가 구분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명부는 보관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내 하객 몫이 표시돼 있어야 힘을 발휘합니다.
둘째, 내 친구 몫은 처음부터 내 계좌로 받으세요. 부모님 통장에 섞였다가 몇 년 뒤에 "그중 내 축의금이었다"고 하면 돈의 흐름이 끊겨서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축의금은 세금이 없습니다. 하지만 봉투마다 주인이 있습니다. 명부 한 권 보관하는 것, 그게 몇 년 뒤 나를 지키는 가장 싼 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