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연대납세의무를 "다 같이 먹고 튄 친구 술값"에 비유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금을 대신 내주는 자리에서 뜻밖의 세금이 하나 더 튀어나옵니다. 증여세입니다. 형이 동생 몫 상속세를 대신 내주고, 남편이 아내 세금을 대신 내주는 흔한 장면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 증여가 되는지, 그 선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형이 동생 몫 상속세를 내주면 증여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대신 내줘도 증여가 아닙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상속세및증여세법에 따라 서로 연대하여 낼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형이 동생 몫까지 상속세를 냈다면, 그건 남의 빚을 갚아준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도 있는 연대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입니다. 국세청도 한 상속인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한 경우, 내지 않은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면 무제한 대신 내줘도 되나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선을 잘못 긋습니다. 대개 "내 몫 상속세까지는 괜찮고 그걸 넘으면 증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선은 그보다 높습니다.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는 내가 낼 몫이 아니라 내가 물려받은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형이 자기 몫 상속세를 넘어 동생 몫까지 내줘도, 그 금액이 형이 물려받은 상속재산 범위 안이라면 여전히 연대납세의무의 이행이라 증여가 아닙니다. 증여가 되는 것은 형이 물려받은 재산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데 자기 돈을 더 보태 동생 세금을 내준, 그 초과분뿐입니다. 선이 "내가 낼 몫"이 아니라 "내가 받은 재산"에 그어져 있다는 것, 이것이 핵심입니다.
배우자 세금을 대신 내주는 건 다릅니다
상속세와 달리, 배우자가 혼자 지는 세금에는 연대납세의무가 없습니다. 아내 명의 부동산을 팔아 나온 양도소득세나 아내 사업의 종합소득세를 남편이 대신 내준다면, 기댈 연대납세의무가 없으니 그 대납액이 곧 증여가 됩니다. 다만 배우자 사이에는 10년 합산 6억원까지 증여공제가 있어서, 그 안이라면 실제 낼 증여세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증여 자체는 성립하고 이후 다른 증여와 합산되므로, 무심코 반복하면 공제 한도를 야금야금 까먹게 됩니다.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경우도 함정입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까지 부모가 대신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세무서로부터 연대납부 지정 통지를 받고 내는 것이 아니라면, 그 대신 낸 증여세는 또 하나의 증여가 됩니다. 특히 여러 번 나눠 대납하면 낼 때마다 다시 증여로 합산되어, 세 부담이 처음 생각보다 불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대신 내주는 세금은 그 세금에 연대납세의무가 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상속세처럼 연대납세의무가 있는 세금은 내가 물려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 대신 내는 한 증여가 아닙니다. 배우자의 단독 세금처럼 연대납세의무가 없는 세금은 대신 내는 순간 증여가 되고, 6억원 공제 안에서만 세금이 없을 뿐입니다. 가족끼리 세금을 대신 내주는 일은 워낙 자연스러워서 그 안에 증여가 숨어 있다는 걸 놓치기 쉽습니다. 큰 금액을 대신 낼 상황이라면, 그것이 연대납세의무의 이행인지 아니면 증여인지 미리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부의무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조의2 제3항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납부, 그 범위 내 대납은 증여 아님)
-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10년 합산 6억원)
- 증여세 대납·증여자의 연대납세의무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6항 (연대납부 대상이 아닌 대납액은 재차증여로 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