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조부모의 재산이 손주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손주가 받더라도, 부모가 언제 돌아가셨느냐에 따라 세금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모가 조부모보다 먼저 사망했으면 대습상속이 되어 할증과세가 없고, 조부모가 먼저 사망한 뒤 부모가 사망했으면 재상속이 되어 상속세가 두 번 매겨지되 단기재상속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두 용어가 낯설 수 있으니 먼저 대습상속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재상속과의 차이와 세금을 나눠 정리하겠습니다.
대습상속이란 무엇인가요
대습상속은 원래 상속받을 사람이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자녀가 대신 물려받는 것을 말합니다. 대습(代襲)이라는 말 자체가 대신하여 잇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사망했다면, 원래 아버지가 받았을 몫을 그 자녀인 손주가 아버지의 자리를 갈음하여 상속받습니다. 민법 제1001조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이 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사람의 순위를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도 함께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03조 제2항). 즉 손주나 며느리, 사위가 원래 상속인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이 대습상속입니다.
대습상속과 재상속은 무엇이 다른가요
갈림길은 상속인의 사망 시점입니다. 대습상속은 앞서 본 것처럼 상속인이 될 사람(부모)이 피상속인(조부모)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사망해, 손주가 부모의 순위를 갈음하여 조부모의 재산을 직접 상속하는 경우입니다. 상속세 사건은 조부모에서 손주로 넘어가는 한 건입니다. 반면 재상속은 조부모가 먼저 사망해 부모가 일단 상속받은 뒤, 부모가 다시 사망해 손주가 부모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조부모에서 부모로, 부모에서 손주로 두 번의 상속이 각각 별개로 일어납니다. 부모가 조부모보다 먼저 돌아가셨는지, 나중에 돌아가셨는지 하나로 대습상속과 재상속이 갈리는 것입니다.
손주가 받으면 30퍼센트 할증이 붙나요
원칙적으로 손주가 상속받으면 세대를 건너뛴 상속으로 보아 할증과세가 붙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7조는 상속인이나 수유자가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면 산출세액에 30퍼센트를 가산하고, 미성년자가 20억원을 초과해 받으면 40퍼센트를 가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에서 민법 제1001조에 따른 대습상속은 할증과세에서 제외합니다. 대습상속은 부모의 사망이나 결격이라는,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사정으로 손주가 상속인이 된 것이므로, 세금을 피하려고 일부러 세대를 건너뛴 경우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습상속은 세금이 어떻게 되나요
대습상속은 상속세 사건이 한 건이고 할증과세가 붙지 않습니다. 손주가 부모의 자리를 갈음해 조부모의 재산을 직접 상속하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7조의 할증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속공제도 손주를 기준으로 일반 규정대로 적용되어, 자녀상속공제나 일괄공제(5억원), 기초공제 등을 그대로 검토합니다. 손주가 미성년자라도 대습상속이면 할증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40퍼센트 가산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사망한 부모의 배우자가 살아 있다면 그 배우자도 함께 대습상속인이 되어 상속재산을 나누게 됩니다.
재상속은 세금이 어떻게 되나요
재상속은 상속세 사건이 두 건이고, 대신 단기재상속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먼저 조부모가 사망했을 때 부모가 상속받으며 1차 상속세를 냅니다. 그 뒤 부모가 사망하면 손주가 부모 재산을 상속하며 2차 상속세를 냅니다. 이때 짧은 기간에 같은 재산에 상속세가 두 번 매겨지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는 상속개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상속이 개시되면 앞서 낸 상속세 중 재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과기간에 따라 공제해 줍니다. 이것이 단기재상속 세액공제입니다.
단기재상속 세액공제는 얼마나 되나요
공제율은 앞의 상속과 다음 상속 사이의 기간이 짧을수록 높습니다. 1년 이내 재상속이면 100퍼센트를 공제하고, 이후 1년이 지날 때마다 10퍼센트포인트씩 낮아집니다. 2년 이내 90퍼센트, 3년 이내 80퍼센트로 이어져 10년 이내면 10퍼센트를 공제하며, 10년이 지나면 공제가 없습니다. 공제액은 1차 상속세 산출세액에 재상속재산가액이 1차 상속재산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곱해 재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세액을 구한 뒤, 여기에 경과기간별 공제율을 곱해 계산하고, 그 금액을 2차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차감합니다.
유증으로 손주에게 직접 물려주면 어떻게 되나요
유언으로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주는 것은 대습상속이 아니라 자의적인 세대생략에 해당합니다. 부모가 살아 있는데도 조부모가 유증으로 손주에게 바로 넘긴 경우이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7조 본문에 따라 30퍼센트 할증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부모가 먼저 사망해 손주가 갈음 상속하는 대습상속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 근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7조(세대생략 할증과세), 제30조(단기재상속 세액공제), 민법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3조 제2항(배우자 대습상속)
- 대습상속 - 부모가 조부모보다 먼저 또는 동시 사망. 손주가 부모 자리를 갈음해 직접 상속. 상속세 1건, 세대생략 30퍼센트 할증 제외(미성년자도 40퍼센트 할증 없음)
- 재상속 - 조부모 사망으로 부모가 상속(1차) 후 부모 사망으로 손주가 상속(2차). 상속세 2건. 단기재상속 세액공제 적용
- 할증율 -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 상속·수유 시 30퍼센트, 미성년자가 20억원 초과 상속 시 40퍼센트. 대습상속은 제외
- 단기재상속 공제율 - 1년 이내 100퍼센트, 2년 이내 90퍼센트, 3년 이내 80퍼센트, 4년 이내 70퍼센트, 5년 이내 60퍼센트, 6년 이내 50퍼센트, 7년 이내 40퍼센트, 8년 이내 30퍼센트, 9년 이내 20퍼센트, 10년 이내 10퍼센트. 10년 초과 시 공제 없음
- 유증 - 부모 생존 중 조부모가 손주에게 유증하면 자의적 세대생략으로 30퍼센트 할증 적용
정리하면
손주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상황은 부모의 사망 시점 하나로 대습상속과 재상속이 갈리고, 그에 따라 할증과세 여부와 상속세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재상속은 두 번의 상속세를 각각 신고해야 하고 단기재상속 세액공제는 신청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우므로, 1차 상속 자료를 보관해 두고 두 상속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