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용돈 보내고, 배우자한테 생활비 넘기고, 아이 학원비 이체하고. 우리가 제일 많이 하는 송금이 사실 다 가족 간 이체입니다. 그런데 "가족한테 계좌이체 하면 나중에 증여세 다 나온다더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아무 일 없습니다. 다만 선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그 선만 딱 그어드리겠습니다.
생활비인지 아닌지, 딱 하나만 보면 됩니다
"썼느냐, 남겼느냐." 생활비로 받아서 생활에 쓰면 세금이 없고, 생활비로 받아서 적금을 들면 그때부터는 재산입니다. 똑같은 200만원인데 관리비 내고 장 보면 아무 일 없고, 아껴서 모으면 증여가 될 수 있습니다. 세금은 '돈의 목적지'를 봅니다.
상담해보면 열에 아홉은 여기서 놀라십니다. "생활비 아껴 쓴 게 잘못이에요?" 잘못이 아니라, 성격이 바뀌는 것입니다. 쓰면 생활비, 남기면 재산. 배우자 생활비, 자녀 학원비·등록금, 부모님 병원비·용돈은 괜찮지만, 생활비를 받아서 내 이름의 적금·주식·전세금으로 남기면 여기서부터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누구냐도 봅니다
같은 용돈인데 결론이 갈립니다. 소득 없는 대학생 아들 생활비는 괜찮지만, 월급 잘 받는 직장인 아들에게 매달 100만원을 보내면 이건 부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내가 안 주면 생활이 안 되는 사람인가?"
부부 사이는 좀 더 널널합니다
부부는 한 팀입니다. 월급 옮기고, 카드값 정산하고, 생활비 통장 같이 쓰고. 이런 걸 나라가 하나하나 증여로 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부부는 10년에 6억원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어서 어지간한 돈은 여기서 다 소화됩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받은 돈으로 배우자 이름의 집이나 주식을 사면 그건 자금 이동이 아니라 재산 넘기기입니다. 6억을 넘으면 증여세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럼 언제 걸리는 걸까요
이체하는 순간에 걸리는 게 아닙니다. 몇 년 뒤 다른 사건에서 과거 이체가 소환됩니다. 집 살 때 "이 돈 어디서 났어요?" 하는 자금출처조사, 상속세 조사 때 돌아가신 분 통장을 10년치 거슬러 보는 경우, 사업자 세무조사 때 사업 돈과 가족 통장이 섞여 있으면 같이 보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상속세 조사는 10년치 통장을 펴놓고 시작합니다. 가족 이체 문제는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서 큰돈이 오갈 땐 이체 메모 하나가 몇 년 뒤 나를 지켜줍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가족 이체는 죄가 없습니다. 돈의 목적지가 문제일 뿐입니다. 쓰면 생활비, 남기면 재산. 남길 거면 공제 한도 안에서 미리 신고. 이것만 알아도 밤에 편히 주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