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신고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부동산 평가입니다. 아파트는 비슷한 거래 사례가 많아 시가가 뚜렷하지만, 꼬마빌딩이나 나대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사고팔린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공시가격(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시가격은 실제 시세보다 한참 낮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신고를 마치고 나면 국세청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이 건물의 진짜 시가는 이것"이라며 세금을 다시 매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소급감정입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2026년 5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2024두54348)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건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피상속인이 2019년 4월 22일 사망하면서 서울의 토지 지분과 건물 지분을 상속인들에게 남겼습니다. 상속인들은 이 부동산을 공시가격 기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약 108억 원에 신고했습니다(2019년 10월 31일 신고). 그런데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평가액이 크게 뛰었습니다. 두 개 감정법인의 평균인 약 182억 원, 가격산정기준일은 2019년 10월 23일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이 차액을 과세표준에 반영해, 기납부세액을 공제한 뒤 상속세 약 37억 9천만 원과 가산세 약 1,509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신고세액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쟁점 1 — 국세청이 소급감정으로 과세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상속세가 부과과세 방식, 즉 국세청이 최종 세액을 결정하는 방식의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했더라도 그 신고가액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국세청은 별도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과세관청이 평가기간이 지난 뒤 법정결정기한 안에 감정을 의뢰하고,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특히 비주거용 부동산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 과세형평 문제가 계속 있어 왔고, 국세청이 2020년 1월 31일 보도자료로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에 감정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미리 밝힌 점도 인정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급감정 과세가 조세법률주의나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납세자가 완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쟁점 2 — 그런데 국세청 감정가액은 왜 깨졌을까
핵심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과 증명책임입니다.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려면, 평가기준일인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 그리고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동안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가액이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를 반영한다는 점, 즉 그 기간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상속개시일은 2019년 4월 22일인데, 국세청이 정한 가격산정기준일은 2019년 10월 23일이었습니다. 약 6개월의 간격이 있었죠. 여기서 거리가 멀다는 사실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기간 동안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국세청이 증명할 자료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세청 감정가액은 상속개시일 현재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감정가액을 기초로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세금은 어떻게 됐을까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국세청 감정가액이 배척됐다고 해서, 상속인이 신고한 보충적 평가액이 곧바로 최종 시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감정인을 선임해 별도의 감정을 실시했습니다. 국세청의 재감정이 아니라 소송상 증거조사입니다. 법원은 가격산정기준일을 상속개시일(2019년 4월 22일)로 맞춰 감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로 정당세액을 산출했습니다. 정당세액 범위 안의 처분은 적법, 그 범위를 넘는 부분은 위법으로 정리됐습니다.
상고는 상속인과 국세청 양쪽 모두 기각됐습니다. 국세청의 소급감정 권한 자체는 인정되지만, 가격산정기준일을 잘못 잡은 첫 감정가액은 배척됐고, 결국 상속개시일 기준 법원 감정으로 다시 계산한 정당세액 초과분만 취소된 것입니다.
- 대법원 2024두54348 판결(2026. 5. 선고) - 상속 비주거용 부동산 소급감정 과세의 적법성과 한계
-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 내 감정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
- 증명책임 - 감정가액이 상속개시일 현재 시가를 반영한다는 점(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
- 국세청 2020. 1. 31. 보도자료 -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나대지에 대한 감정평가 실시 예고
실무 포인트 정리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을 공시가격으로만 신고하면, 국세청 소급감정으로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소급감정 자체는 대법원이 인정합니다.
다만 그 감정가액이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를 반영하는지, 그 기간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를 과세관청이 증명하지 못하면 감정가액은 배척될 수 있습니다. 이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국세청 감정가액이 배척돼도 신고한 보충적 평가액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처럼 소송 중 상속개시일 기준 법원 감정가액이 정당세액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신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감정가액이 보충적 평가액보다 높아 세부담이 확정적으로 커질 수 있고 감정비용도 듭니다. 부동산 규모, 예상 시가 차이, 가산세 위험, 앞으로 과세관청이 감정에 나설 가능성을 함께 비교해 사전 감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속재산에 비주거용 부동산이 포함돼 있다면, 신고 단계에서 감정평가를 받을지부터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